우연히 섹스 & 시티 마지막회를 보았다.
이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 본 건 아니고 그냥 TV 틀면 하길래 몇 번 본 정도였는데...
갑자기 마지막회를 보니
뭔가 ...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캐리는 파리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사만다는 암 투병 중에도 젊은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샬롯은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고
미란다는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냥 뭐랄까...
뉴욕의 거의 모든 남자들과 섹스를 하며 인생을 살아가던 4인방도
세월 앞에서 정착하며 살아가는 ..
아니 ..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구나..
보는 내내 ..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캐리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4인방이 예전처럼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며
제자리로 돌아온 캐리가 좋았고, 그들의 우정이 부럽기도 했다.
캐리의 선택은 익숙한 곳으로의 회귀 같았다.
캐리가 좀 더 젋었더라면 파리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치만 그녀는 그 곳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뉴욕에서의 삶이 이미 자신의 몸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버린 상태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만다는 암에 걸렸어도 여전히 밝고 씩씩하고 당당하다.
그리고 여전히 남자를 사랑하고..섹스하고....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래서 다른 이의 욕망도 인정할 줄 아는
이 언니의 에티튜드 ..
부럽다.!!!
샬롯은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입양하려고 하는데
역시나 샬롯은 아이를 키우며 잘 살아가겠지..
가장 쇼킹한게
바로
미란다...
네 명 중에서 자기 주장이 제일 강하고, 똑똑하고, 이성적이고..
그래서 너무 차가워보이던 미란다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깨끗이 씻겨주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
뭐랄까..
애잔했다.
그 이상의 단어는 떠오르질 않는다.
흐르는 세월앞에서 필요한 건..
잘난 사람이 아니라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이겠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 다시 모여 힘차게 수다를 떠는 이들의 모습 또한 부러움과 함께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수다를 떤 후엔 또 각자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겠지...
그렇게 세월은 또 흐르고 그렇게 또 나이를 먹겠지...
너무나 드라마틱한 우정이다.
서로 샘도 안 내고, 서로의 처지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산다.
그리고
그들에겐 남 부럽지 않은 부가 있다.
이것이 진짜 뉴요커들의 삶과 사랑과 우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브런치타임은 언제봐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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