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끝났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
나를 위로하기 위해 영화 한 편 보려고 했는데,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옷들을 구경했다.
사고 싶은 욕망이 하나도 안 들었다.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더 이상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쓸쓸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젊어서도 꾸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30대 시절에는 쇼핑을 하면 마음이 흔들렸다.
엄마가 왜 당신 옷은 하나도 안 사고 내 옷을 그렇게 사줬는지 알 거 같았다.
진한 커피도 마셨고..
포도주도 아주 조금 마셨다. 헤헤~~
내 얼굴이 더 못나 보인다.
얼굴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벗꽃처럼 피었다 지는 짧은 인생인데..
난 왜 아직도 헤매는 걸까..
완전 연소의 삶을 살고 싶지만
그것도 욕심이겠지...
볼살이 통통한 아이들..
너무 예쁘다.
철없는 행동, 어리버리한 표정, 앞뒤 안 맞는 얘기들....다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다.
어릴 때 실수를 많이 해봐야 하는데..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가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든다.
물질, 성적, 돈을 맨 앞 순위에 놓고 떠받치며 사는 사회
자신이 바람 속의 먼지라는 것을 인정 못하는 사람들..
난..
먼지인데도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말이지...
인터넷에 스마트폰에..SNS에..
세상은 더 좋아지고 있는데 왜 삶은 더 팍팍하기만 한 건지...
문득 문득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깨닫는다.
90년대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앉아있는 사람들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가방을 들어주곤 했다.
이젠 어디를 가도 그런 풍경은 볼 수가 없다.
생각해 보니 라디오를 안 들은 지도 너무 오래됐다.
중, 고등학교 시절 디제이 오빠들의 말 하나하나, 청취자 사연 하나하나를 귀 쫑긋 세우며 듣고, 혼자 키득키득 거리고
어두운 방에 퍼지는 음악에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듣곤 했는데..
이젠 다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시대를 초월하는 노래...
쓸쓸함을 달래주는데 노래만큼 좋은 건 없는 거 같다.